가스관 건설의 꿈? 러시아가 남북한과 경제협력 원하는 이유

러시아, 오랫동안 남·북·러 협력 확대 원해

Anthony Rinna, 2017년 07월 25일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에서 한국과 북한, 러시아 간 삼각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러시아에서부터 한반도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에 대한 구상을 되살려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남,북,러 3국을 철로로 잇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에도 남·북한, 러시아 간의 경제협력에 관하여 유사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러시아에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송영길 의원은 한국의 새 정부가 3국 간 협력을 이루고자 한다고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남북관계가 후퇴한 상황을 되돌리고 북한에 대한 경제 원조를 실행하고자 한 대선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은 한반도 통일에 있겠지만 한국이 이렇게 북한에 경제협력의 손길을 내미는 일은 러시아에도 역시 기회가 된다.

 

양다리 걸치기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상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잡힌 관계를 추구해 왔다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초기 북한을 방문하여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양국 간 협조와 국제무대에서 상호 협력 등을 내용으로 하는 11개 항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같은 방식으로 푸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통령들과도 정파를 불문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2015년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리용남 북한 대외경제상과 협력 의정서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도 이 계획에 투자하길 원했다.

러시아의 남북 균형외교는 냉전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냉전기 소련은 북한과 복잡하지만 기능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반면 한국과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기 직전까지 공식 외교관계가 없었다.

옐친 집권기에 러시아의 영토상 통합을 유지하고 경제 개혁을 이루는 일이 최우선과제일 때 러시아는 남북한과의 관계를 뒤로 미뤄놓았다.

지난 2000년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만난 푸틴 대통령 | 사진=대통령 공보실

 

그러나 최근에는 한반도 상황이 안정될 경우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수혜를 입게 된다. 특히 남북한이 통일되면 러시아는 한반도에 있는 항구를 통해 제품을 수송할 수 있어 철로로 육로 운송을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그러면 러시아 상품을 다양한 소비시장에 유통시키기 쉬워질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반시설 건설 분야에서 중국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러시아가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이제 대외정책에 힘을 쏟을 만한 시간과 여유가 생겼으나 한반도에서는 냉전기의 이념 대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후에도 분단되어 있는 두 개의 국가와 상대해야만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한반도에서 최대한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러시아연방으로서는 불만스러운 상황이다.

투자전문회사 ‘알파리’의 금융전문 애널리스트인 안나 코코레바는 러시아가 2008년부터 한반도를 잇는 가스관을 건설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제재와 남북관계가 한반도 횡단 가스관 건설에 장애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방대한 에너지 매장량을 한국이 이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공급원을 중동으로부터 다변화하고자 하는 한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또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향후 건설될 한반도횡단철도에 연결시켜 러시아 극동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하고 싶어한다고 코코레바는 설명했다.

SIBERIA train photo

러시아는 오랫동안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횡단철도를 잇고 싶어했다. | 사진= Bernt Rostad

 

논의에 관한 논의 수준에 머물러

그러나 이 시점에서 남북한과 러시아 간의 삼각 협력의 전망을 둘러싼 논의는 입론에 그치고 있다. 확실한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계획이 세워졌다한들 사업 참여자들은 여러가지 장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러시아의 대 한반도 구상에서 가장 큰 위험은 한반도의 안정성이다. 북한과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적대적 관계에 있게 되면 한반도에서 대규모 무력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능성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평가는 전문적인 군사전략가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명손실 뿐만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도 파멸이 초래될 것이라는 점은 굳이 투키디데스의 제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러시아가 남북한과 경제 협력을 꾀하는 결과는 두 가지 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러시아는 남북한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미동맹이나 동아시아에서의 러시아의 약한 경제적 입지 등을 고려하면 ‘작은’ 역할이라고 한정지을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좀 더 비관적인 관점에서는 한반도에서 큰 충돌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의 외교적, 재정적 투자는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러시아로서는 큰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그 도박에서 얻을 수 있는 바도 크지만 잃을 수 있는 것도 그만큼 크다. 러시아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최종판단을 내릴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그 결정은 다른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향방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번역: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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