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파국 피해 간 두 정상

양국 정상 까다로운 의제들은 대부분 피해 가

Andrei Lankov, 2017년 07월 04일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외국 중에서 미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한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관례는 실용적인 고려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러한 관행에 따라 지난 달 말  3박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최근 외국 정상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 되었다. 백악관 주인이 과거와는 다른 색다른 성정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어떤 정치인에게든 쉽지 않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트럼프와의 회동이 잘 풀리기 어려운 다른 많은 부가적인 요인들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북한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그 해법에 대해서는 크게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의 효과를 신봉하며 북한에 철저하고 강력한 전면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무역 관련 의제를 중국에 일부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까지 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지지층을 물려받아 북한과의 대화와 경제교류, 상호소통, 인도적주의적 지원 등을 골간으로 하는  햇볕정책을 분명하게 옹호하고 있다.

 

양자 간 논쟁거리 산적

북한문제 외에도 양국 정부 간에는 의견이 갈리는 의제가 적지 않다. 한국의 전 정권이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함으로써 중국측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다른 불편한 주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가 한국에 유리하게 체결되었다고 보고 그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자주 했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라 할 진보 진영에서 한미FTA 가 미국에 편향되게 협상되었다고 하면서 과거 한미FTA를 반대했다.

그러나 과거 한미FTA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한국 진보진영은 이제 한미FTA 폐기나 재협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침묵을 지키거나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분명 한미FTA가 현 상태대로 유지되길 원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생각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번 한미 FTA를 재협상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 정부 간에 의견이 불일치 하는 안건이 많다는 점과 악명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마른 성미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대결국면으로 치닫거나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우려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면서 이러한 우려는 증폭되었다. 그러나 우려한 파국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정상회담은 오히려 매우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9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6.29 |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국 진보 언론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대 이상의 성공”이라고 평했다. 가능할 수도 있었던 정면충돌을 피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주의가 과도해서는 안 된다. 전술적 양보와 당분간 정말 어려운 문제는 꺼내지 않기로 함으로써 어느 정도 성공의 외관이 연출되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양국 정상이 중요시 하는 대북정책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이견이 예상되는 분야였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과 개입’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을 때 상징적으로나마 매우 중요한 양보를 한 셈이다. 양국 공동성명에서도 두 대통령은 현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하고 새로운 제재조치들을 부과하는데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견지하고 있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을 완전히 용인한 것처럼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북 포용과 협상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시사했으나 현재 미국 정권을 잡고 있는 강경파들에게 더 이상 강하게 반론을 펴지는 않았다. 반론을 이어갔을 경우 한국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생각하면 문 대통령의 수위조절은 이해할만 하며 신중했다고 볼 수 있다.

 

난제들은 회피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 재개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혐의가 있는 중국 은행과 기업, 개인들을 지목하여 ‘2차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러한 시점이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지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결국 한국이 미국의 확실한 승인 없이 남북협력을 재개한다면 대북 거래에 참여한 한국 업체들에 대해서도 그와 유사한 제재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그 정도까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더라도 일방적인 남북협력으로의 복귀는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미 경제관계를 비롯하여 한미관계에 크나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틀림없이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과 원만한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북한과 정치적 관계 개선을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정상이 견해차를 대부분 피해갔다.| 사진=청와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양보는 한미FTA에 대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데 기여했다. 한미FTA를 재협상한다는 문구는 공동성명에 없었으며 따라서 당분간은 현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FTA가 양국 무역에서 한국측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외교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논란이 큰 사드 배치 문제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었으나 역시 큰 논쟁 없이 넘어갔다. 사드 문제는 공동성명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으며 대신 양국은 “한국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한국이 배치하고 운용할 무기들과 관련하여 구체적이지는 않으나 “동맹시스템”을 언급했다. 이런 막연한 언급이 사드를 가리킨다는 점은 명확하다.

 

정상회담 후폭풍?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반대진영의 부정적인 예상이나 지지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정상회담 결과는 좋았으며 문 대통령은 본인의 발언을 제어하는 능력과 험한 물길을 건너는 방법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들이 해결을 위해 직접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 보다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그의 참모들은 대북 강경책이 난마처럼 얽힌 북한문제를 푸는 장기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트럼프의 대북 압박 정책에 대하여 립서비스를 했다. 그 결과 공동성명에 대북 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들어갔다. 조만간 문재인 정부는 태도를 바꾸어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간 무역불균형과 한미FTA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재론될 것이다. 사드 배치 역시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추가 배치가 지연되면서 한중관계 악화를 막고 미국과도 과도한 갈등을 피하고는 있으나 한·미 간에는 여전히 폭발성이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정책 결정 지연과 선택적 침묵은 일리가 있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머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문제 등의 복잡성을 깨닫고 단순하고 위험천만한 해법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이 만에 하나 일어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이 실행될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뒤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훌륭한 외교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어려운 백악관의 인물을 상대해야 하며 해결이 쉽지 않은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조만간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불거지겠지만 일단 이번 정상회담 자체로는 안도하며 한 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번역: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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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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