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팔리는 북한 물건들(상): 버섯, 술, 약수

옌볜에서 팔리는 북한 제품들

Mark Robertson, 2017년 07월 25일
NK뉴스가 두 번에 걸쳐 중국의 북-중 국경지역에서 팔리고 있는 북한 물건들을 살펴보는 기사를 게재한다. 이 글은 그 첫 편이다.
중국 훈춘시와 북한 나선경제특구 사이의 국경에는 세관을 통과하려고 기다리는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세관을 무사히 통과하면 이 트럭들은 2016년 완공된 신두만강대교(훈춘시 취안허 통상구와 나선시 원정리 통상구를 잇는 다리)를 건널 것이다. 신두만강대교의 장대한 교각들은 1930년대에 일본이 건설한 기존 다리를 왜소해 보이게 만들었다.
최근 국제사회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이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가운데 두만강과 압록강의 교량을 건너는 차량들에 대한 검사는 한층 엄격해졌다.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불가능한 격차로 북한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은 북한에 석탄, 석유 등 주요 원자재를 공급하는 창구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북-중 간 무역액은 10.5% 증가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기 때문에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와중에 북한으로 유입되는 중국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각국 언론의 베이징 지국에서는 중국 단둥 서부와 북한 신의주를 잇는 ‘조중(북중)우의교’를 건너는 차량들을 취재하려고 기자들을 자주 보내지만 트럭행렬에 어떤 물건이 실려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기자들은 의문만을 품은 채 돌아가기 일쑤다.
하지만 중국으로 들어오는 북한 물건에 대해서는 더욱 알려진 바가 없다.

훈춘에 있는 ‘삼국화(세 나라의 만남)’ 상점 | 사진= NK뉴스

 

훈춘의 쇼핑가에 자리잡은 ‘삼국화(세 나라의 만남)’ 상점은 다양한 중국산, 북한산, 러시아산 제품 구색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한다. 분명 한국산도 판매하고 있지만 한국산에 대해서는 덜 알리고 있었다.

이 상점에서 북한산 제품들은 벽 한면을 다 채우고 있지만 한국산 헤어용품이나 러시아산 초콜릿, 현지에서 생산된 김치, 옌볜 냉면처럼 종류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북한 제품들은 꽤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서 팔리는 상품들은 모두 공식 수입되었으며 언제, 누가 수입했는지 써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한국과 중국의 대중음악이 크게 울려퍼지는 이 눈에 띄는 상점에서는 매체에서 흔히 보는 북-중 간 무역에 대한 ‘수상쩍은’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허리에 손을 짚은 한족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이 북한 상품이 놓인 선반을 살펴보고 있었다. 선반에는 송이버섯향 술(68위안)부터 신비한 ‘범뼈관절염약술’이라는 상표가 붙은 작은 소주(150위안), 더 고급으로는 개성고려인삼술(268위안)까지 각종 북한 술이 진열되어 있었다.

북한산 버섯술과 범뼈술| 사진= NK뉴스

 

대북제재에서 북한에 반입이 금지되는 물품 목록 상단에는 외국산 술 같은 사치품이 차지하고 있는데 북한산 술은 공식 무역 경로를 통해 중국으로 버젓이 수입되고 있다는 점이 의아했다.

그 중국인 관광객이 술병들을 가리키며 근처에 있던 점원에게 “이게 다 무엇인가요?”하고 묻자 점원은 “북한 술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관광객은 크게 웃으며 “아, 이게  그 진산팡(金三胖,’뚱보 김씨 3세’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이 김정은을 비하적으로 부르는 별명)이 마시는 술이라고요?”라고 물었고 점원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 물은 분명히 김정은이 좋아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점원은 선반 아랫쪽에서 은색종이에 싸인 ‘청학천연약수’ 한 병을 들었다. 나선의 국경지대에 있는 수원지에서 길어올렸다는 이 물은 개성고려인삼술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 온 물건이었으며 그곳에서 북-중합작기업이 병입하여 포장에 중국어와 한글이 병기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 물의 포장 용기와 상자는 한 눈에 보아도 다른 북한산 음료들보다 훨씬 질이 좋았다.

포장에는 두 언어로 모두 그 물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천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런 문구는 이 물을 유통한 업체가 ‘훈춘화루이삼업(인삼)생물공정(珲春华瑞参业生物工程有限公司)’이라는 인공적인 명칭의 회사라는 점에서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는 첫 화면에서 방문객들에게 접속시 악성코드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청학천연약수 | 사진= NK뉴스

 

그 관광객은 미심쩍어 하며 재차 “김정은이 이 물을 마시는게 확실해요?”하고 물었고 점원은 “정말입니다,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진짜 그 물을 마시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들어가 봐야 하는 사이트가 그 악성코드에 감염된 페이지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약수와 북한 최고지도자, 북한의 천연자원을 연결짓는 홍보 방식이 훈춘에서 먹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NK뉴스 기자가 이 상점에 방문했을 때에는 마침 판매촉진을 위한 가격인하가 진행 중이어서 이 약수는 원래 15위안인데 8위안에 팔리고 있었다.  할인된 가격도 보통 중국산 생수에 비해서는 4배 가량 비싸다. 12병 들이 포장을 사면 60위안으로 더 할인을 받아 살 수도 있다.

삼국화 상점 특선 북한상품인 버섯세트는 한 상자를 198위안에 살 수 있다. 이 버섯세트 상자가 쌓여있는 곳에 쓰여진 광고문구를 보면 야생 목이버섯, 느타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 표고버섯 등 순야생, 무공해를 표방한 버섯들로 이루어진 상품이다. 여기에는 약수 2병도 포함되어 있다.

북한 약수처럼 북한산 버섯도 순수, 청정이라는 점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북한은 산업화가 덜 되어 있어 오염원이 적다는 믿음과 중국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관심이다.

중국에서는 가짜분유 파동에서부터 성장촉진제를 잘못 투입하여 수박들이 터지는 사건 등이 계속 일어나면서 중국 국내 생산품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아졌고 이는 북한산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상점에서는 중국산, 북한산과 함께 러시아산 물건들도 팔고 있다. | 사진= NK뉴스

 

버섯은 북한 원산지를 자세히 표시한 개별 봉지 포장으로도 살 수 있는데 이 봉지에는 인근 자오허(蛟河)시에 있는  ‘타이허식품’이라는 회사가 가공했다고 쓰여 있다.  유통업체는 청학천연약수처럼  훈춘화루이삼업생물공정이었다.

점원들은 청정 원산지와 맛 뿐만 아니라 노루궁뎅이버섯 같은 경우 신선하고 부드러우며 풍미가 풍부하고 감칠맛이 있다고 표현했다. 이 버섯은 또 다양한 약효가 있다고도 했다. 전통 중의학에서는 버섯이 전반적인 건강을 향상시키고 수명을 늘리며 암을 낫게 한다고 여긴다.

버섯 외에도 특히 약효가 있다고 알려진 북한산 물품들을 훈춘에서 구할 수 있는데 이 물건들은 삼국화 상점에서 대량 포장으로 팔리는 것보다는 소포장으로 덜 특화된 시장이나 가판 등에서 팔린다.

냉동생선을 주로 파는 한 가게에서는 한족 중국인 상인 탕씨가 안궁우황환이 든 나무상자를 선반에서 꺼냈다.

탕씨는 ‘조선종합만년건강’ 로고가 찍혀 있는 상자 뒷면에 적힌 원료와 설명을 가리키며 “이 약들은 끝내줘요”라고 말했다. 이 약은 중국시장을 겨냥해 제조된 것은 아니라 제품 설명이 한글과 영어로만 쓰여 있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트럭 행렬 | 사진=NK뉴스

 

안궁우황환의 주요 성분은 우황으로 소의 위에 있는 딱딱한 물질이다. 상자에는 우황이 고열로 인한 혼수상태, 가슴의 답답한 상태와 극심한 불안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탕씨는 “이런 증상에 정말 도움이 돼요”라면서 “그리고 정말 싸요! 중국에서는 한 알에 200위안인데 나는 북한산 한 상자를 80위안에 사서 보통 110위안에 팝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산 제품은 어떤 종류든 보통 가벼운 나무상자 포장에 약의 이름이 한자로도 표기되어 있다. 북한에서는 1950-60년대에 한자 사용이 거의 중단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지만 이전 NK뉴스의 ‘북한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코너에서 전 북한 주민이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여전히 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하고 있다.

포장에 쓰여진 고풍스러운 행서체 한자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동시에 오래 전해내려온 비방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 했다. 뚜껑을 열면 환들은 가짜 벨벳 사이에 놓여 있다.

탕씨는 생선을 사는 고객들에게 이 약도 여러 상자 팔았다고 말했다. 개발과 진보에 몰두해 있는 중국이지만 오래된 치료비법들은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점차 중국에서 북한의 이미지로 퍼지고 있는 ‘청정하고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온 것이라면 더욱 큰 인기를 구가한다.

전통 의학 비방의 인기와 북한의 깨끗한 이미지는 2014년 베트남 보건당국이 안궁우황환에 수은과 비소, 납 함량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입을 금지시켰다는 사실조차 희석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모른다면 북-중 국경에서 북한으로 가는 트럭행렬은 이국적인 장면에 매료되는 외신 기자들의 흥미를 돋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작 북-중 국경지역에 사는 중국인들이 북한에서 돌아오는 트럭들이 싣고 오는 물건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옌볜 지역민들은 정치든 무역이든, 버섯의 효능이든, 소 내장의 부산물인 우황이든 그들 남쪽의 이웃 북한과 관련해서는 독특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었다.

 

번역: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NK뉴스 한국어판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NK뉴스 한국어판 트위터 계정 바로가기

 

사진=NK뉴스

대북 관련 소식을 매일 Daily Update를 통해 받아보세요

NK News의 Daily Update를 구독하시고 매일 아침 대북 관련 소식들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