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매체가 북한의 선전을 무너뜨릴 수 있나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외국 매체가 미치는 영향 조명

Jonathan R. Corrado, 2017년 05월 25일

이 글은 백지은 전 하버드대 벨퍼센터 연구원의 저서 ‘북한의 숨겨진 혁명(North Korea’s Hidden Revolution)’에 대한 비평이다. 

북한에 대한 연구는 어렵기 때문에 북한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책들은 변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사고방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대신 개괄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반적인 변화상을 전한다. 그러나 백지은 씨는 날카로운 문학적 표현으로 북한의 이야기가 얼마나 사람과 맞닿아 있는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북한의 숨겨진 혁명’의 저자 백지은 씨는 많은 탈북자, 선교사, 민간단체 직원, 기자 그리고 학자들을 십여년 간 면담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덕에 북한 경험담을 더 생생하게 전할 수 있었다.

 

북한은 어떻게 개방되었나

구 소련에서는 선전과 현실의 모순을 ‘TV와 냉장고의 전쟁’으로 묘사했다. 오랜 기간 북한에서 주민들 대다수는 국영 방송이나 노동당 기관지 그리고 선전 영화 등 김일성과 조선인민군을 찬양하는 매체에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태는 1990년대 북한에 경제난과 자연재해가 닥치면서 아래에서부터 장마당(시장)이 출현하고 중국 국경 통제가 허술해지자 바뀌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2000년대 초 ‘종합시장’이라는 공식 시장을 도입하면서 마지못해 암시장을 합법화했다.

백 씨는 세부적인 설명을 나열하는 대신 사회·정치 동향을 적절히 요약, 서술했다. 과거 북한에 대한 책을 쓴 정통한 학자들은  흥미롭지만 사소한 사실들을 과도하게 설명하는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간결한 필체로 북한 정부의 이데올로기 주입, 감시 체계, 가족사와 당에 대한 충성도에 기반한 사회 계급 체계, 중복되는 정부 기구들과 통제 체계, 당국의 정보 독점 등 중요한 맥락을 다룬다.

북한 사람들은 한때 정부가 승인한 오락물만 즐길 수 있었다.|사진= Comrade Anatolii

 

예를 들어 북한 어린이들은 미군 시체를 세는 예시를 들며 덧셈 교육을 받는다는 점, 북한 주민들은 서로의 규정 위반 사실을 고발하도록 훈련을 받는다는 점, 그리고 공식 허가 없이 도시 간 또는 중국으로의 이동이 금지된다는 점은 알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이 미국인을 보는 관점이 외부 정보의 유입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나 북한 사람들이 점점 이웃의 규정 위반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뇌물을 이용해 편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백 씨는 역사적인 맥락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개인적인 성공과 분투 이야기에 더 치중한다. 이로써 독자들에게 김씨 일가의 억압 정책의 부정적 측면과 북한 사람들의 미묘한 저항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책 속에는 계층 사다리의 최하층으로 분류된 주민들에게 강제로 할당된 국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주원’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국가 건설사업에 동원하기 위해 만든 ‘속도전청년돌격대’에 관한 내용이다.

이 사업으로 성분이 낮은 젊은이들은 10년 군복무 기간에 위험한 공사 현장으로 파견되어 일해야 했다.

세부 사항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다른 책을 참고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백 씨의 책이 사람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면서도 북한의 새롭고 다른 모습을 엿보게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백 씨는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가져 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의 일환으로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 씨 개인적으로도 이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주장의 진정성에 힘을 싣는다. 백 씨의 책 판매 수익은 관련 캠페인을 주관하는 기관들에 기부된다.  

이 책의 학문적 성과를 평가하려면 외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해 형성된 즉흥 네트워크를 얼마나 상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리고 책이 묘사하고 있는 북한의 전반적 상황이 다른 자료의 내용과 어떻게 보완 또는 상충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종속변수에 과도하게 치중했는지 평가해야 할 것이다.

 

영향을 미치는가?

백 씨가 소개한 탈북자들의 증언은 다른 증언들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한 탈북 여성은 친구들의 헤어스타일만 보고도 그들이 어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며 어느 배우를 따라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 사람들이 외국으로부터의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알리는 신호라는 설명과 맥을 같이 한다. 2011년 평안도 출신의 한 북한 여성은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남한 말투나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남한 사람들 같은 옷차림과 머리모양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영화배우나 TV 드라마 주인공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 씨는 정보 유포의 영향과 중요성을 과장하지 않고, 북한에서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많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외부 정보를 주기적으로 받아들였던 탈북자들조차도 탈북 후에야 북한 정권이 심각하게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나오는 죄수들처럼 탈북자들은 탈출을 한 후에야 비로소 갇혀 있던 세계의 틀을 이해하게 된다. 외국 정보를 접했던 한 탈북자가 “처음에는 방송에서 본 내용을 믿지 않았지만 중국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진실을 조금씩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구세대적 이데올로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으며 이탈자를 탄압한다고 보도된다.|사진= Roman Harak

 

정부 붕괴

마지막 경고: 이 주제에 대한 최고의 자료는 미국 방송위원회(BBG)가 250명의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컨설팅사 인터미디어의 보고서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백 씨의 저서는 인터미디어의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출판돼 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정보를 소비하는 데 대한 처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이를 탄압하기 위한 당국의 조치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또다른 자료 역시 최근 북한의 정보 소비자와 당국 사이의 관계가 북한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암시한다. 북한 정부는 2015년 형법을 개정하여 ‘퇴폐적인 매체’에 접근한 혐의에 대한 처벌을 징역 2년에서 10년으로 대폭 강화했다. 

또한 신설된 단속반인 727반과 114반 등은 이 조직들의 전신으로, 뇌물수수 문제에 연루된 109반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북한 사람들이 한국 영화를 보는 일을 이전보다 더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관 구조조정으로 만연한 뇌물수수 관행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백 씨는 “북한 정권이 허가받지 않은 정보 공유를 감시, 검열 그리고 처벌하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기구를 추가로 만들어 정보가 확산되는 상황에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터미디어 보고서의 내용에 동의했다.

이는 북한 정부가 우위를 점하여 단속 및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는 뜻이긴 하나 사람들이 외부 정보에 더 이상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백씨는 “외국 정보에 대한 호기심과 수요는 여전히 꾸준하고 강하다”면서 “당분간 정보 접근권에 대한 북한 정권과 주민들 간의 쫓고 쫓기는 게임이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대중매체와 선전물에서 드러난 북한의 피상적인 이미지를 주의 깊게 본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일화에 많은 흥미를 느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보여주는 드문 묘사이기 때문이다.  

 

번역: 김서연 seyeon.kim@nknews.org

편집: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NK뉴스 한국어판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NK뉴스 한국어판 트위터 계정 바로가기

대북 관련 소식을 매일 Daily Update를 통해 받아보세요

NK News의 Daily Update를 구독하시고 매일 아침 대북 관련 소식들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