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러시아는 화성 14형을 ICBM으로 인정하지 않는가

러시아, 북한이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없어

Anthony Rinna, 2017년 08월 03일

이전부터 러시아와 미국의 국제적 협력을 가로막던 북한 문제가 최근에는 양국 간의 외교적 마찰까지 초래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 다른 마찰 요인과는 달리, 지정학적 갈등만이 아니다. 양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기술 발전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공습할 수 있는 사정거리가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본토가 북한의 사정거리 내에 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그로부터 3주 후 북한은 또 한 번의 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은 직후 유엔에서는 발사된 미사일이 ICBM인지 아닌지에 대해 러시아와 미국  대표 간 설전이 벌어졌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어떤 사안에 대하여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5개 상임의사국들을 포함한 이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북 안보 정책에 대하여 미국과 러시아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외교적’ 해결책을 주장하며, 미국의 호전성이 지역안보를 해친다고 비난해왔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화성 14형은 ICBM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사진=유엔 러시아 대표부

 

열강들의 대결

러시아 외교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패권을 되찾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군사·경제적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미국을 넘보기 위해 수를 쓸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은 정부와 연계되지 않은 학자들을 통해 얼마 전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사실상 ICBM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꽤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므로 유엔에 파견된 러시아 외교관이 북한이 최근 발사한 미사일 종류를 증명하는 실증적 자료를 받는다 해도,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외교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러시아가 미국을 제치고 패권을 차지하고자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의 지역 안보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각별히 주시하면서 지역 내 미국의 입지가 강화되는 일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러시아가 최근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ICBM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단지 미국에 반대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도 화성 14형이 ICBM이라는 사실을 아직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북한이 ICBM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대두되자 미국인들의 심기는 불편해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습할 수 있다는 예측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해 왔다. 하지만 이제 미군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북한 미사일 공습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라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시아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러시아는 미국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일 근거가 될 어떠한 일도 반기지 않는다.

한편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즈음 한반도 사드 배치가 가속화됐다. 사드는 중거리미사일 요격용 방어체계로 북한이 주장하는 ICBM에는 직접적 방어효과가 없으나, 러시아가 동북아시아에서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북한 방송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미국 백악관 공격 시뮬레이션 영상|사진=우리민족끼리

 

러시아의 이익 보호

러시아는 사드 배치, 대북제재 등 미국의 대북정책을 앞장서서 반대해왔다.

만약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음을 러시아가 인정한다면 미국으로 하여금 러시아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동북아시아 내 주둔하는 미군 수를 늘릴 수도 있다.

미국이 안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마다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인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하여 추가 조치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미-러 양자관계 내에서는 한반도 주변 군사 추가 배치, 대북제재 강화 등 미국의 독자적 행동을 막기엔 힘이 부족하다. 그러나 다자외교 상으로는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을 저지할 수 있다.

지역적인 차원에서는 러시아가 한반도 내 미국의 강경책에 반대하는 주된 목적은 한반도 내 무력충돌을 막고 북한을 경제적 고립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외교적 수단도 이용하겠지만,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주한미군기지와 주일미군기지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관영 매체는 화성 14형의 성공적 시험 발사를 경축했다.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거나 러시아가 북한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제적 기회를 거부당한다면, 북한 그리고 더 나아가 한반도 전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러시아 극동 지역 개발 목표 또한 이루기 어렵게 된다.

이제 미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갈등은 동유럽과 중동 지역에 이어 동북아시아까지 확산됐다.

일각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신(新)냉전’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러 양국이 북한이 ICBM을 개발했는지 여부와 같은 기본적인 사실에서조차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의 미-러 관계의 전망이 밝지 않다.

북한이 지역 안보를 계속적으로 위협하고 미국 본토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이 지역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번역:김서연 seoyeon.kim@nknews.org

편집: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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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remlin.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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