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블루스: 나는 어떻게 북한 구호단체에서 일하게 되었나

전 비정부기구 직원의 북한 도착기

Camila Stub, 2017년 06월 13일

이 기사는 북한에서 활동한 전직 구호단체 직원이 쓴 연속 수기의 첫 편이다.

 

내 나이 31세, 공연자로서의 커리어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듯 보이던 시점에 나는 무대를 포기하고 북한에 구호단체 직원으로 일하러 갔다.

나의 출국 소식을 전해들은 지인들은 제각기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어느 한 명 기뻐해주는 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2012년 6월 29일 나는 북한행 비행기에 올랐다.

내가 북한에 도착하기 6개월 전 김정일이 예상치 못하게 사망했고, 그의 아들인 김정은(당시 29세)이 취임식 연설문 원고를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한 채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후 1년 동안 북한은 주체 100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규모 건설사업과 대대적 보수작업이 이루어져야 했으므로 모든 부문이 봉쇄되어 있었다. 대학들은 문을 닫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동했다.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구호개발 사업 분야의 일자리에 9개월 근로계약을 맺었다. 100유로 지폐로 받은 첫 월급의 절반은 내 바지 주머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북한에 가기 전 나는 북한의 생활상에 대해 전혀 무지했다. 학창 시절을 회상하면 북한에 대해서는 지도 상에 회색 깃발로 표시된 나라로, 이따금씩 TV에 독재, 기근, 공포, 자유 탄압 그리고 핵무기 등에 대해 언급되던 냉전기의 흐릿한 기억이 전부다.

김정일에 대한 기억도 별로 없다. 김정일이 영화광이라 한국 영화감독과 그의 아내인 배우를 인질로 잡아두었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었다. 당시 나는 김정일의 장례식을 TV로 시청하며 북한 사람들의 눈물과 비닐신발 그리고 평양의 넓은 거리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면 당시 북한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1970년대 미국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장면과 흡사했다. 나는 북한에 직접 가서 현실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2012년 6월: 도착

나는 장마철이 한창일 때 도착했는데, 처음 본 북한의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논을 갈고 있는 농부들과 지붕이 파란 집들이 보였다. 공항은 오두막 수준으로 이륙과 착륙 공간이 간단한 금속분리대로 구분되어 있었다.

항공편은 하루에 단 하나였고, 수요일과 일요일엔 그마저도 없었다. 유일한 목적지는 북경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 주변에 외국인이 몇 명 있었으나 그들에게 신경 쓸 건 없었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일 뿐더러, 나는 북한 사람들이라면 가슴팍에 하나씩 달고 있는 김일성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관찰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나는 한 독일인 사업가로부터 외교관 마을에 아파트를 전대했다. 그는 1년에 한 번 자신의 합작 투자회사를 관리하기 위해 북한에 온다고 했고 나는 그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지 않았다. 빌린 집은 70년대 베를린의 찌그러져가는 아파트를 연상케했다.

나는 외국인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인 평양상점에 가 보았다. 금속 선반에는 키릴 문자와 구식의 금발 남자아이 그림이 그려진 캔 상품들과 각양각색의 소시지가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상품은 유효기간이 지난 상태였다. 냉장고에는 만화에서나 볼 법한 유리병에 든 요거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채소 코너에는 중국산 감자, 오이, 양파, 무, 당근 등이 있었다. 그나마도 겨울에는 구하기 힘들다.

냉장코너에는 여러 가지 김치가 근사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는 외국인의 위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북한 외무성에서 지정한 ‘나만의 조선인’이 배정됐다. 그는 내가 북한에서 출국하려면 2주 전에 사전 통보하고 출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항공권 구매 등 내가 북한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담당하게 될 것이었다. 북한에 도착한 날부터 출국하기까지 그와 나의 생활은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다. 그의 위신은 나의 복종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별로 운이 좋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번역: 김서연 seyeon.kim@nknews.org

편집: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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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사진 = 평양의 해질녘, m•o•m•o on 2012-03-10 0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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