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

디프론조 민중봉기 조건에 김정은 체제 대입해보니

Andrei Lankov, 2017년 03월 08일

북한 역사가 시작된 때부터 상당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평양에서 혁명이 일어나길 인내심 있게 기다려왔다.

혁명을 예견하는 사람들의 수는 정치 환경이 변함에 따라 증감을 반복했다. 1990년대 초에는 북한이 시대착오적이고 비합리적인 체제를 대대적으로 어쩌면 폭력적으로까지 전복할 준비가 됐다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혁명은 아직 먼 얘기다. 그렇다면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만약 기대할 수 있다면, 혁명이 지금이나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 전문가인 제임스 디프론조 박사의 저작 ‘혁명과 혁명적 순간들’은 5판까지 출간됐으며, 현대에 일어난 혁명 연구에 있어 최고 권위를 널리 인정받고 있는 현대 고전이다.

디프론조 박사는 사회가 혁명적 격변이 일어날 만큼 성숙했다는 증거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디프론조가 제시한 조건을 적용해 현재 북한의 상황을 진단해 봤다.

 

조건 1. 도시 또는 농촌 인구의 대중 봉기를 초래하는 대규모 좌절 사태 : 사회 인구의 상당수가 극도로 불만을 가진 상태로 국가에 대항하는 대규모 참여 시위 및 반란이 일어난다. 

10여 년 전, 위의 설명에 부합하는 몇 가지 징조가 북한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에서 소규모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소규모 반란은 시장 활동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단속에 대항한 항의의 표출이었다. 김정일 정부가 그러한 활동에 대한 대규모 단속을 시도했던 시기에 봉기가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7~8년 동안 북한은 폭동 사건 하나 보고되지 않았고 무척 조용했다. 이는 아마도 북한 정부의 시장 활동에 대한 입장이 이전보다 완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북한 화폐개혁이 대실패로 돌아가자, 북한 정부는 자유 시장 활동을 방임하기 시작했다.

북한 사회 내부에 팽배한 불만 심리가 신흥 민영 시장의 부상과 관련이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상인들은 오웰식 감시를 견뎌내고 있는 공장 노동자들에 비해 자유롭다. 상인들은 평균적인 북한 사람보다도 스스로 조직화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다. 또한, 이들은 다른 견해에 대해 더 개방적이고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김정은 체제 하에서 상인들은 가히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들은 경찰의 괴롭힘을 최소한으로 당하면서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고 (필수적인 뇌물만 잊지 않는다면) 최근 증가한 소비 선택의 다양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행복한 외침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회 불안은 사설 시장 활동의 탄압과 관련이 있다.|사진= uritours

 

조건 2. 엘리트의 반체제적 움직임: 엘리트 집단(부와 권력을 가졌거나 고등 교육을 받아 중요한 기술 또는 관리 능력을 소유한 그룹)의 분열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촉발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국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인맥이 좋고 부유한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북한은 교수들이 자신과 반대 논조를 가진 신문사에 칼럼을 게재하거나 유능한 의사들이 진보주의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나라가 아니다.

북한의 효율적인 국가 감시 체제와 경찰의 잔혹한 행태 때문인지 몰라도 북한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무슨 말을 하고 삼가야 할지를 아주 잘 안다. 반체제자들은 침묵을 지켜야 하고 다른 사람과 섣불리 소통해서도 안된다.

 

조건 3. 통일된 동기: 강력한 혁명적 동인이 주류 집단을 흔들고 혁명이라는 목표 하에 사회 인구의 다수를 통합시킨다.

언젠가부터 변화를 대비하는 통합된 동기 또는 최소한 그러한 동기가 유발될 수 있는 조건들이 북한 내부에서 싹트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은 북한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북한 사람들은 밀수입한 한국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들도 화면 속에 묘사된 삶의 방식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국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체제 내 엘리트 집단의 충성심이 약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사진= orangetruck1

 

이러한 기대는 사회적 지리적으로 공유되는 가치이므로 통합 요건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1970년대 동독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구동독 사람들 대다수는 국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이웃나라 서독의 번영 수준이나 물질적 부 그리고 개인적 자유의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동독 혁명과 이후 독일 통일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조건 4. 국가의 행정과 집행의 강제성을 마비시키는 중대한 정치적 위기…(중략)…전쟁, 자연재해, 경제적 불황, 타국의 경제적 또는 군사적 지원 중단 등으로 초래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 충직한 관리나 대중적 합법성 및 기타 자원이 고갈될 수 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러한 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북한은 최고 지도자의 계획과 결정에 따라서만 기능한다. 최근 고위 인사의 숙청 사건은 북한 정부가 여전히 파괴적이고 위험한 사상을 가진 자를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북한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이루어낸 괄목할 만한 성과로 볼 때, 적어도 현재로서는 북한이 광범위한 자원의 합작을 필요로 하는 정밀한 활동들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지만, 과거의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고 여겨질 뿐, 현 정부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북한에서는 공개적인 반체제 활동을 생각할 수 없고, 조직화된 반체제 단체가 존재하기도 어렵다.|사진= m•o•m•o

 

조건 5. 관대하고 아량을 베푸는 국제 사회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은 행운의 독재자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김정은은 그의 체제를 몰락시키려는 주변국들 사이에서 꽤나 고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시대의 강대국이다. 그들은 북한 체제가 붕괴해 남한 주도로 흡수 통일된 한반도를 바라지 않는다. 양국은 이것이 유일하게 현실적인 통일 시나리오라는 것도 안다. 그들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우려하고 있고, 한반도의 위기로 불필요한 전쟁이 유발될까 걱정한다.

한국 여론은 점점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그들은 통일을 위한 노력이 엄청난 과세, 사회적 무질서 그리고 생활수준의 상당한 감소로 이어질 것을 대체로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 체제의 붕괴 시나리오를 거의 확신하고 있으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동아시아 지역에 더 온건한 접근법을 선호한다.

 

***

디프론조가 주장하는 체제 붕괴를 위한 다섯 가지 조건 중 북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은 단 한 가지뿐이다. 김정은과 그의 당이 아직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게 마련이고,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대한 경제적 또는 정치적 위기가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다. 대중적 정서도 변하게 돼 있다. 놀랍고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가 꼭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폐쇄적인 중앙 통제 국가에서는 더 그렇다.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혁명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꽤 전부터 주장했듯이 아직 북한 체제는 안정적이다. 디프론조의 다섯 가지 조건을 적용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분간은 대중의 봉기가 있을 법하지 않다. 장기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간만이 해답을 줄 것이다.

 

번역: 김서연 기자 seoyeon.kim@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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