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계급장에 숨겨진 비밀

북한 정치의 성쇠를 보여주는 복잡한 계급 체계

Fyodor Tertitskiy, 2017년 03월 15일

제복의 문화적 상징성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대개 어렵지 않다. 그러나,특별한 계급장을 수여받은 소수 고위직이 입는 제복의 경우는 다르다.

고위직 제복은 개인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심지어 제복의 주인이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잘 알려진 예로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원정군의 총사령관이자 미국 최초의 육군 대원수 존 퍼싱이 있다. 퍼싱 장군은 뛰어나지만 성격은 안좋은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계급장(금색 별 4개)을 모두 직접 디자인했다.

북한에는 단 한 명을 위해 만들어진 계급 직함이 여럿 있다. 보통 대장 이상에게 주어진다.

그 중 첫 번째는 1948년에 만들어진 국방부 장관 직함이다. ‘민족 보위상’이라는 이상하게 들리는 직함인데, 민족을 보호하는 장관이라는 뜻이다.

이는 러시아어의 오역임이 확실하다. 북한의 최초 내각은 북한의 최초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스티코프 상장(3성 장군)이 수립했는데, 그는 러시아어  ‘министр национальнойобороны(국방장관)’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내기도 했다. 러시아어 ‘национальной’는 영어 ‘nation’보다 훨씬 민족적 의미가 강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러시아 용어 자체가 영어의 오역이었다는 점이다. 스티코프는 당시 미-소 공동 위원회가 준비하던 한반도 통일 정부 프로젝트에서 ‘국방장관(Minister of National Defence)’이라는 용어를 빌렸다.

이 직책을 맡은 사람은 김일성의 측근 최용건으로, 조선민주당을 소련의 지휘 아래 성공적으로 복종시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견장은 화환으로 장식된 별이었는데, 시대 정신을 반영하듯 아주 단순한 형태였다. 그러나 그만을 위한 디자인임은 틀림없었다.

 

권력자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을 때 최고 지휘권이 최용건에게서 김일성으로 이전됐지만, 김일성을 위한 별도의 휘장은 제작되지 않아 1952년 12월 31일 북한군에 계급 체계가  도입되기 전까지 그는 민간인 복장 차림으로 지내야 했다.

북한의 최고 계급은 예상대로 김일성에게 돌아갔다. 흥미로운 점은 최용건이 고유 직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차수’에 임명되고 개인휘장까지 수여받았다는 점이다.  

국가원수뿐만 아니라 차수까지 단독 직함을 갖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비슷한 전례로 이탈리아의 파시즘 시기 무솔리니와 빅터 엠마누엘 3세가 동시에 ‘제국 제1원수’였다는 예를 들 수 있겠다.

김일성 원수와 최용건 차수의 휘장은 1954년에 변경됐다. 김일성의 휘장은 소련의 최고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1953년 사망 전까지 입었던 군복의 휘장과 비슷하게 제작됐다. 김일성은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에야 휘장을 걸치기 시작했는데, 아마 비슷한 복장을 하여 그가 스탈린의 지위를 넘보고 있음을 암시하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곤란한 직함

최용건은 1957년 차수 칭호를 박탈당했고, 이후 1985년까지 새로운 차수는 임명되지 않았다. 그 해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북한의 제 3권력자였던 오진우에게 고유 직함이 주어졌다. 당시 김일성 숭배가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련 직함은 김일성 주석에게만 허용됐다. 따라서 오진우의 직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차수’가 아닌 ‘조선인민군 차수’으로 명명됐다.

김일성은 1992년 새롭게 만들어진 대원수 직책에도 임명됐다. 사회주의 진영에서는 스탈린 이후 두 번째 대원수였다. 마오쩌둥 조차도 비슷한 직책을 제안받자 겸손하게 거절했었다.

일주일 후 김정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원수 자리에 올랐고, 동시에 오진우도 같은 직위에 올랐다. 그러나 오진우는 김씨 가계의 일원이 아닌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김씨 일가와 같은 계급에 속할 수 없어 1995년 오진우 사망 즈음 오진우의 원수 직위는 박탈되었다.

오진우는 조선인민군 원수가 됐고, 김정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원수 직위를 유지했다. 김정일의 휘장은 이후 약간 변경됐다.

 

원수의 상징

차수, 인민군 원수, 공화국 원수, 대원수 등 원수급 계급들은 하위계급과 달리 육·해·공군이 구분되지 않는다. 인터넷에 떠도는 ‘해군 차수’나 ‘공군 차수’라는 계급 휘장은 가짜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원수의 상징물은 원수의 지휘봉이었다. 그러나,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별이 그 상징을 대신했다. 1940년대부터 모든 원수는 특별 제작된 다이아몬드 별 휘장을 제복의 넥타이에 달았다.

북한은 이 전통을 이어받아 김일성이 국가원수 자리에 오르자 별 모양의 휘장(아마 소련에서 제작됐을 것이다)을 수여받았다. 최용건 부주석은 별 휘장을 받지 않았다.

1980년대에 별 휘장은 세 가지 모양, 즉 총사령관, 원수, 차수의 별로 다양화됐다. 북한에는 두 가지 원수 계급이(조선인민군 원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있는데 둘은 같은 별 휘장을 달았다. 조선인민군 원수가 된 일반인이 국가원수와 동일한 휘장을 사용한 것이다.

복잡하게 들린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김정일 위원장도 이 비슷비슷한 휘장들을 종종 혼동했다고 한다.

지난 2월 15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들로부터 받아 가슴에 달고 다닌 ‘공화국 영웅’ 훈장을 어깨에 다는 ‘원수별’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던 사실을 전했다.

김정일은 공화국 원수 견장의 일부인 큰 별이 ‘원수 별’인 줄 알았던 것 같다. 문제는 이 별은 원수 별이 아니다. 원수 별은 바로 넥타이에 붙이는 것이다.

이 실수 때문에 2000년대 초기까지 북한 최고사령관기에 원수 별 대신 원수 견장의 별이 새겨져 있었다. 동시에 북한 노래에서 ‘혁명의 령을 넘어 안고온 붉은 기폭에 // 원수 별 아로새겨 영광은 더욱 빛난다’ 등 최고사령관기에 원수별이 있다고 주장하는 노래가 나왔다. 참으로 어색한 일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오류가 수정돼 최고지도자 깃발에 진짜 원수의 별이 새겨졌다. 하지만 과연 이 오류를 눈치 챈 사람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번역: 김서연 seoyeon.kim@nknews.org

편집: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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