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개선, 김정은에 득 안 돼

역사상 생활수준 높아지면 정권 지도력에 문제 야기

Andrei Lankov, 2017년 08월 14일

북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아의 땅’이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지만 사람들은 점차 그러한 인식이 잘못 되었다는 점을 마지못해서라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북한의 경제성장에 관하여 오랫동안 견지해 온 입장을 바꿨다. 한국은행은 수 년 동안 북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3%로 추산하여 다른 국가들의 관측보다 훨씬 낮게 평가하여 공개했다.

올해는 한국은행의 단호한 비관주의자들이 관점을 좀 바꿔서 2016년 북한 GDP성장률을 3.9%라고 훨씬 현실적인 추산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다. 북한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풍요로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다른 국가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가장 빈곤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상황을 1990대 또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한다면 주민들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사람들이 보통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부는 평양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북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나아지는 생활

예상할 수 있듯이 경제성장으로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은 뚜렷하게 좋아졌다. 김정은이 집권한 첫 몇 년 동안 북한 사람들은 지도자가 너무 젊고 미숙하고 다소 특이하게 생겼다는 데에서 불안해 하거나 당혹스러워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의구심은 이제 거의 사라졌고 김정은은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정은의 인기는 신격화된 김일성과 비견될만하다.

김정은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북한 인민들은 최근 몇 년 간 삶의 질이 높아진 공을 김정은에게 돌리고 있으며 그들의 생각은 맞을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경제 상황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정권 유지를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김정은 역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한 권좌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장기적인 정치 안정을 너무나 단순하게 등치시키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다 해도 여전히 북한 정권 붕괴의 가능성(또는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련은 상대적으로 경제가 번영하는 중에 붕괴했다.| 사진=이타르-타스

 

소비에트 모델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혁명은 빈곤기에 일어나지 않는다. 소비에트연방에서 수백만의 농민이 굶어죽은 1930년대 초반에는 체제 붕괴의 조짐이 없었다.

균열이 나타난 것은 소련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당시 서방에 알려진 내용 이상으로 전례없이 높아진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비타민을 제외하면 영양공급은 필요량을 넘었고 주거는 작아도 쓸 만 했으며 자가용도 소유하여 비공산권 유럽의 가난한 편인 국가의 삶의 질과 대체로 비슷했다.

1776년 미국혁명도, 1789년 프랑스혁명도, 1917년 러시아혁명도 각 나라의 생활수준이 극빈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 모든 혁명은 각 국이 수십년 동안 상당한 경제성장과 꾸준한 생활수준 개선을 이루는 와중에 일어났다.

또한 한 국가의 지도자의 인기는 일정하지 않다. 역사상 지도자가 수년 간 혹은 수십년간 민중의 지지를 받다가도 하루아침에 만인의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된 사례들도 많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챠우셰스크는 1989년 혁명정부의 인민재판으로 처형되어 그 해 동유럽을 휩쓴 반공산주의 혁명의 물결 중 가장 인상적인 일화를 남겼다.

그러나 챠우셰스크가 1960대 말에는 루마니아의 진정한 지도자이자 애국심과 독립정신의 화신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당시에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차우셰스크는 부패하고 친소비에트적으로 순치된 여타 공산권 지도자들과 차별화되면서 정권 초기에 크나큰 인기를 누렸다.

따라서 현재 김정은이 부인할 수 없는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더 나은 체제에 대한 열망

그렇다면 경제적 고난이 혁명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혁명의 동인인가? 대부분의 경우 혁명은 삶이 더 나아질 수 없으리나는 인식이 널리, 거의 보편적으로 퍼지고 현 상황보다 나은 대안이 있다는 믿음이 유포될 때 일어난다. 지도부의 통합에 금이 가는 현상도 체제 불안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징조다. 그러나 여기서는 민심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논해보겠다.

김정은은 분명 아버지보다 인기가 있지만 이 인기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 사진=노동신문

 

북한 지도자들에게는 안타깝게도 거의 항존하는 불안정 요소가 있으니 바로 성공적인 남한의 존재다. 한국은 북한과 같은 언어를 쓰고 공식적으로는 같은 국가의 일부다.

북한인들은 보통 한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알고 있으며 자신들의 생활과 비교하면서 북한이 한국보다 훨씬 실패한 이유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은 결국 현 지도자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세운 북한 정권으로 돌아가기 쉽다. 더 크고 부유한 한국의 존재로 인해 북한의 현재 문제점들이 엄청나게 잘 사는 한국과의 통일로 일거에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착각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북한 경제가 아무리 성공적이라 해도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며 이는 북한 정권이 서울의 매혹적인 밝은 빛 옆에서 오랫동안 취약한 상태로 머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재의 위협에 대응하여 인민들을 정치적으로 고분고분하게 유지하려면 북한 지도층은 외국에 대한 정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인민을 강력하게 통제해야만 한다.

seoul photo

한국의 성공은 북한에는 항존하는 불안전요소가 된다.| 사진=Kristoffer Trolle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북한은 당장 또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재정권의 경제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다 둔화되거나 정체될 때에는 특히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는 바로 1970년대와 80년대 소련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모든 가능한 성장의 통로가 막혀버리자 경제는 둔화되다 못해 성장을 거의 멈춰버렸다. 경제가 수축된 것은 아니었으나(사실 성장은 아주 느리지만 계속되고 있었다) 일반 소비에트 인민들은 새로운 상황을 경제위기로 인식했다.

대부분의 소비에트 인민들은 당시 서구 경제의 번영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서방 국가들의 생활방식을 자신들의 경제성과에 대한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당시 소련의 생활수준이 미국이나 영국과 엇비슷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소비에트연방 정부는 이러한 소비수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하면서 대대적인 민중의 실망 분출과 체제로부터의 이탈에 직면해야 했다. 이는 변화를 향한 열망과 소비에트 사회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을 붙였다.

결국에는 북한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갑자기 지난 몇 년 동안과 같은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체제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의 둑이 터지면서 상황은 개선될 수 없을 것이다. 외부 정보를 막으려는 북한 안보 전문가들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크나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기술은 북한 정권의 편이 아니다. 외부세계에 대한 소식은 점차 확산될 것이며 이는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성장에 대해 너무 확신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에서의 혁명의 전망은 유혈사태와 대혼란을 수반하며 더 나아가 대규모 국제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으므로(리비아와 시리아 사태에 핵무기가 포함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를 반길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한 희망을 차치하고라도 최근 몇 년 간 김정은 정권이 인상적인 경제적 성과를 이루었다 해도 북한에서의 혁명은 실제로 가능성이 있다.

 

번역: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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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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