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는 이유

한국 새 정권 길들이기에 나선 북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버려야

Cha Du-hyeogn, 2017년 06월 17일

지난 5일 북한은 한국의 비정부기구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말라리아 방역 사업을 위해 방북하겠다는 요청을 거부했다. 이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조치였다.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하여 점차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인도적 지원조차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북관계와 관련한 많은 한국 민간단체들은 남북이 관계를 신속히 개선하여 북한과 접촉을 늘리고 북한에 방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한국측 제안을 거부하고 한반도에서 불확실성을 높이이는 것이 향후 한국 민간단체와의 접촉시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은 한국 측을 안달나게 만들면 앞으로 한국과 1.5트랙 회담(민-관 공동 참여 회담)을 할 때 더 큰 전술적 수단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주도권 쟁탈전

북한의 거부 결정 이면의 메시지는 남북관계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차지하여 새로 들어선 한국 정부를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을 디딤돌 삼아 최종 목표인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성사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한반도 현 상황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한국 정부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한국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북한에 이상적인 상황전개는 미국 정부와 직접 대화창구를 열어 평화협정 등으로 안보를 보장받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물론 그와 동시에 북한은 필요할 때마다 한국과도 협상을 벌이려 할 것이다.

북한의 지원 거부는 임박한 대규모 무기 실험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이번 달이나 다음달 즈음 6차 핵실험이나 대규모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남측의 방북을 꺼릴 수밖에 없다.

북한이 보기에 한국 민간단체의 지원을 수용할 경우 한국측 지원이 북한에 도달할 6월에서 7월 사이 한국의 여론은 대북 포용정책에 적대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국 여론이 대북 포용정책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대립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더 낫다. 그러면 북한은 한국의 여론 분열을 이용하여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를 이간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단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거나 미국에 접근하기 위하여 한국 정부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한국이 크게 초조해 할 일은 없다. 한국 정부는 올바른 방식으로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정말 향후 미사일 실험 등을 획책하고 있거나 한국의 국론 분열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대응에 고심해야 한다.

 

모호하게 대응할 여지 없어

현 상황 하에서는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할 여지가 없다. 그러한 전략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조건은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뚜렷할 때 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자국보다 훨씬 전략이 모호한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어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동일한 안보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관계가 악화하면 안전보장을 제공하던 국가는 공동의 적과 타협하고 싶어진다.

현 한국 정부가 이른바 자주 노선을 채택하여 남북관계 개선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이 북한에 대하여 보이는 모호성은 동맹국들에게 우리의 진정한 의도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 것이다.

일부 한국인들은 북한 문제를 푸는데 선의로 접근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그러한 신념을 공개해야 한다. 신중함은 미덕이지만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모호성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번역: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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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사진 = 조선중앙통신, NK뉴스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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