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김정은은 위협에 둘러싸여 있는 그의 상황을 직시한다.

Andrei Lankov, 2017년 03월 21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얼마 전 김정은을 ‘비이성적 사람’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헤일리 대사의의 발언이 놀랍지는 않다. 북한 전문가로서 필자는 근 30년 간 특히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북한이 비이성적이라는 비판을 종종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은 어느 정도 북한 정권에 대처하는데 있어서 특정한 정치적 구도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유용하다고 해서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히려북한의 집권 엘리트들은 정치적 생존이라는 면에서는 최고수라고 할 수 있다. 비이성적이라면 생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처럼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김씨 일가는 두 번의 세대 교체와 든든한 후원 세력이었던 소련의 붕괴, 역사상 거의 전례 없는 대기근 그리고 사실상 모든 이웃국가 및 동맹국과의 긴장 관계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

이러한 압력 속에서 붕괴되지 않을 나라가 몇이나 될까? 내가 알기론 없다. 김씨 일가가 제아무리 잔인하고 적대적일지라도 지금까지 체제를 유지해 온 것만으로 그들의 정책이 합리적이고 성공적이었다고 인정해야 한다. 아직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낌새가 없다.

 

북한의 목표

북한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북한 지도층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제의 존속이다.

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은 가능한 오래, 아니 영원히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김 씨 왕조와 그 직속 측근들만큼 위협에 직면한 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치적 실패란 시골로 물러나서 회고록이나 쓰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지도자들이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하기도 하고 아주 드물게는 전임 대통령이나 그 최측근들이 짧은 기간 복역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구 정권 엘리트들, 특히 정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행정·기술직 관료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대체로 새로운 질서에 쉽게 적응한다. 교육 수준이 높고 정치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체제가 바뀌어도 탄압받거나 빈곤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엘리트들은 체제 붕괴 시 그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을 알고 있다.|사진=노동신문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체제 붕괴는 곧 통일로 이어질 것이고 통일이 되는 순간 권력층은 대대적으로 교체될 것이다.

북한의 권력층은 체제 붕괴가 권력 상실, 구속, 심지어 죽음까지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이 한국에 승리할 경우 북한 정권이 한국 권력 엘리트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북한 지도층은 잘 알고 있으며 반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부 과장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북한의 상위 1% 사이에 널리 퍼진 두려움이며, 북한 정부는 이 공포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씨 일가와 소수 엘리트들에게 체제 붕괴는 곧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의미한다. 이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체제 존속이 다른 모든 목표를 압도하는 최우선 과제다.

김정은 정부가 직면한 주요 위협은 무엇이며 김정은은 이러한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김씨 일가에게는 세 가지 문제의 근원이 있고, 이는 각각 대응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위협을 곧잘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완화해왔다. 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된 것만 봐도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조치들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외세 개입으로 체제 전복

가장 우선적 위협은 외세의 침략(이라크 사례) 또는 외세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은 내부 봉기다(리비아를 생각해 보라).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 김정은이 외세의 개입을 두려워하는 것이 합당하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다음 차례로 북한이 당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김정은이 정말 우려하는 것은 외국의 격려와 지원 및 보호를 받는 내부 봉기일지도 모른다. 최근 중동에서 여러 건 발생한 방식이다.

외세가 지원하는 민중 봉기는 북한 지도층의 주된 우려다.|사진= m•o•m•o

 

이 위협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군사적 억제다. 작고 가난한 나라에게 군사적 억제책은 곧 핵 억지를 의미하며, 김씨 일가의 삼대는 이를 강력하게 그리고 꽤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제 김정은은 선제공격에 대항하여 핵탄두로 반격할 수 있는 능력, 전문용어로 ‘제2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정은은 그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 이러한 시도만으로도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유발할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한 행위지만, ‘비이성적’이라고 설명하긴 힘들다.

김정은은 ‘제2격 능력’을 갖춘 나라에 핵공격을 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내부 봉기가 일어나더라도 외부로부터 과한 압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가정은 상당 부분 옳다.

 

고위 권력자들의 공모

혁명은 때로 핍박받는 대중들에 의해 시작되지만, 독재자나 왕은 그들의 휘하 직속 장군이나 고위 관료들에 의해 배신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미국 켄터키주립대학 연구(2011)에 의하면, 1950~2010년 사이 세계적으로 457번의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 중 절반 가량인 227번이 성공했다.

김정은은 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십대 중반에 권력을 이어받아 그보다 나이가 거의 두 배는 많은 장성들이나 고관들에 둘러싸여 있다. 권좌에 올랐을 때는 후계자가 된 지 1년을 겨우 넘겼을 때였다.

김정은은 군 엘리트 사이에 광범위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 위협에 대응했다. 이는 1950년대 후반의 광기어린 정파 숙청 싸움에 근접하는 수준의 공포이다.

김정은 공포정치의 주요 대상은 군사·안보 지휘관들이다. 경제부처 관료들은 안전하다. 젊은 지도자는 노장들을 위협해 아무도 쿠데타를 생각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포정치를 과도하게 밀어붙일 경우 ‘제2격 능력’을 갖추려는 정책과 맞물리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숙청 위협으로 군 고위급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지만, 최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지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정말 음모를 꾸밀 수도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의 집권 체제에 가장 현실적인 내부적 위협인 군을 숙청하고자 한다.|사진=노동신문

 

반역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하는 것은 전혀 비이성적이지 않다. 많은 독재자들이 그렇게 해 왔고 종종 효과를 봤다.

1930년대 김일성의 후원자이자 멘토였던  이오시프 스탈린은 소비에트 군대의 장성과 제독의 반 이상을 처형했고, 이러한 숙청은 뚜렷한 저항을 전혀 유발하지 않았다. 장성들은 공포에 떨었으며 스탈린 체제는 그가 20년의 독재 후 사망할 때까지 무사했다.

김정남 암살도 공포정치의 같은 맥락이다. 김정남은 비정치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반대세력이 자연스럽게 주목하는 인물이었다. 김씨 일가 중 김정은의 통제 밖에 있으면서 행동에 제한이 없는 유일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남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했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 김정남이 김정일과 어머니가 다르다는 점 즉, 김정일의 또 다른 처의 자식이었던 점도 문제가 됐다. 또한 김정남은 중국의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김정은과 그 측근들의 의심과 불신을 샀다.

형제를 독살하는 것은 현대적 관점에서 분명 평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현존하는 절대왕정 국가다. 따라서 북한이 절대군주들이 세상을 지배했던 르네상스 시대적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보르쟈나 메디치 가문의 누구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어난 일을 의아해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행동이 과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민 혁명?

역사 속에서  간혹 시민 혁명으로 전복된 체제들이 있었다. 북한은 특히 이러한 위험에 취약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존재감이다. 부유하고 자유로운데, 같은 언어를 쓰고 한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북한 사람들이 남쪽 이웃들과의 격차를 계속 인식하게 된다면  다루기 힘들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폭력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김정은이 추구해야 하는 정책은 두 가지다. 일단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주민들을 외부로부터 격리시키고 경찰 권력에 복종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이 5년 간의 통치기간 동안 해온 일이다.

김정은은 지난 몇 년간 시장 지향 경제 개혁을 시도해왔다. 중국이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추구한 바와 매우 유사하다. 예상대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한 결과 북한 경제는 뚜렷하게 발전했고 특히 농업 생산량이 현저하게 증가했다.

심각한 빈부 격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삶의 질은 높아지고 있으며 젊은 지도자에 대해 초반에 꽤 회의적이던 사람들도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 정책은 체제 존속이라는 제 1 목표 외에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추가적 이점이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경제 개혁을 추구하면서도 정치에 소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정보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필요에 의해 중국과의 국경을 연 이후 국경지대는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서 은밀하게 판매되는 영상물들에 대한 검열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북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북한 내컴퓨터로 공식 허가 없이 미디어 파일을 복사할 수 없도록 복사 방지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김정은은 서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중단했던 카다피의 최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사진=  D-Stanley

 

혹자는 위에서 언급한 정책들이 특별히 비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정책들은 매우 실제적인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됐고, 대부분 과거에 시도된 전례도 있으며 주로 다소 성공적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북한에서 효과적이었다.

헤일리 대사는 김정은이 서구의 관대한 경제 원조를 받기 위해 비핵화를 수용하고 국내 민주화를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카다피가 예전에 그랬듯 말이다(헤일리 대사의 전임자였던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 대사가 카다피의 조치를 극찬 한 바 있다).

불행히도 김정은은 카다피의 최후가 어땠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자신과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갈 ‘이성적’ 정책을 고려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김정은은 또한 주민들에게 소프트 파워를 행사하려고 했던 다른 개혁가들의 측은한 운명을 기억한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주민들의 호감을 사려고 피자 광고에도 출연했으나 매우 인기가 없는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김정은은 그러한 운명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의 방식으로 세계가 더욱 불안정해진다 할지라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김정은의 행태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이해할 만하다.

 

 

번역: 김서연 seoyeon.kim@nknews.org

편집: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NK뉴스 한국어판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NK뉴스 한국어판 트위터 계정 바로가기

 

대북 관련 소식을 매일 Daily Update를 통해 받아보세요

NK News의 Daily Update를 구독하시고 매일 아침 대북 관련 소식들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