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응 외교, 북한과도 협력 가능할까

잇따른 북의 도발로 당장은 어렵지만 향후 유망한 외교 협력 영역

Damin Jung, 2017년 06월 21일

본격적인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하늘을 누렇게 뒤덮었던 미세먼지의 기세는 주춤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봄 한 철 반짝 가지는 관심으로는 해결책을 찾기에 역부족이다. 이렇게 해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은 물론 북한 역시 미세먼지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TV 만화 영화 방송 중 자막으로 황사 경보를 내보내는가 하면, 황사 및 미세먼지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나무심기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엄밀히 말해 다른 용어지만 남·북한과 중국, 일본, 대만, 몽골, 러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공조해나가야 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환경 외교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본 기사에서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아우르는 의미의 미세먼지 현상에 대한 남북한의 정책을 살펴보는한편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적 공조 방안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남북한의 미세먼지 정책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요한 공약으로 홍보해 온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크게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라는 국내 대책과 중국과의 외교적 공조라는 국외적 차원으로 나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노후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올 6월 ‘일시 가동중지(셧다운)’와 매해 3~6월간 정례적인 셧다운을 지시하고 임기 내인 2022년까지 노후 발전소 10기를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북한은 황사에 대한 대책으로 나무 심기를 통한 산림 황폐화 방지를 강조한다. 앞서 밝혔듯 황사와 미세먼지는 엄밀히 말해 다른 현상이다. 황사가 몽골/중국에서만 발원하는 것과 달리 미세먼지는 한반도에서도 기인한다.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 모두 중국 쪽에서 바람을 타고 오는 경우가 많고 통상 황사나 스모그 수준이 높으면 미세먼지 농도도 올라가는 등 황사 역시 넓은 범위에서 미세먼지 현상에 포함된다.

산림 황폐화 방지를 강조하는 북한 | 출처=조선의 오늘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및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미 차세대 학자 프로그램(USC & CSIS U.S.-Korea NextGen Scholar) 소속으로 동아시아의 황사 문제와 외교 협력 방안을 연구해 온 매튜 샤피로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교수는 “북한의 미세먼지 정책은 중국에서 원인을 찾고 중국과의 협상을 시도하기 전 국내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방침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피로 교수는 “중국 탓만 하는 것은 대중의 관심을 돌릴 수는 있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 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마 샤피로 교수는 국내에서의 노력과 더불어 외교적 공조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피로 교수는 “한국과 북한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 시도들이 국내 공해를 줄이는 것만으로 국한될 수는 없다”며 남북한 모두 대기 오염을 심화시키는 석탄 발전 방식을 개선하는 한편 이를 통해 중국 역시 중국 내 공해를 감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석탄 발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새로운 석탄 이용 방침을 두고 사회적 비용과 불확실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부산대학교 화력발전에너지기술센터장을 맡고 있는 전충환 교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너무 속도가 빠른 것 같다“며 “(에너지 비용 문제에 있어서) 계속 그 불확실성을 석탄이나 원자력이 커버해왔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기존에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렸던 전문가 그룹이나 정책 결정자들에게 나름의 치열한 논리가 있었음을 (정부가) 잘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석탄 전문가들은 정부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발생할 사회적 비용에 대해 산업계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정부가 너무 급하게 석탄발전소의 가동 중단을 몰아붙이기보다 기존 시설의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최경민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석탄 발전 비율을 줄이고 LNG 발전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전력생성 단가 상승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따라서 단순히 석탄화력의 비중을 줄이고 LNG복합화력의 비중을 올리는 정책보다는 석탄연료와 가스연료의 효과적인 기술융합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석탄, 가스 혼합 연소 기술의 도입이라든지 가스터빈과 석탄화력의 융합 기술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미세먼지 공약 포스터 | 제공=이투데이 캡처본

중국발 미세먼지 모니터링, 일본과 미국 모델 참고할 수 있어

한편 전충환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와 똑같이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황사 및 미세먼지의 위협을 받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보다 체계적인 미세먼지 평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중국에서 직접 미세먼지를 관측하는 일본의 모니터링 체계를 우리 역시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일본 환경청은 지난 2007년부터 중국 북경 근방, 톈진 인근, 제주도, 큐슈 지역에서 직접 미세먼지를 관측했다”며 “일본은 미국의 대기 모델링 자료를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월경해 오는 미세먼지 유입량을 2014년부터 계속 발표해왔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에는 현재 중국 내에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없으며 백령도, 서해안 지역, 발전소 주변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관측 수치 간 농도 차가 별로 없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중국 유입량에 대한 측정의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모니터링 및 석탄 규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전문 통제기관으로서 일본 석탄에너지센터(Japan Coal Energy Center), 이른바 ‘J-Coal’을 갖추고 석탄 연구개발 및 청정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에 해당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 전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2005년부터 2014년 사이 동아시아 이산화질소의 분포를 보여주는 지도 | 제공=NASA

전 교수는 또 미국의 사례 역시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미국 한 주의 크기가 우리나라보다 크기 때문에 이를 한-중-일 사이에 적용하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상당히 크다”며 위성 사진을 이용하는 미국의 각 주 간 대기 규제(Clean Air Inter-state Regulation, CAIR) 모니터링 시스템을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미국은 서부보다 동부에 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는데 미 동부의 주들은 배출되는 화학 물질에 대한 정량 데이터를 내놓고 그에 따라 주 간에 월경 화학물질에 대해 상한선(cap)을 설정한다든지 세금(tax)을 부여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이것이 동아시아에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동아시아판 공유지의 비극

샤피로 일리노이 공과대학 교수는 대기오염, 환경오염 문제는 생태학 및 사회학에서 일컫는 대표적 ‘공유지의 비극’라고 말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는 한 국가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개선을 기대할 수 없으며 동아시아 내 여러 국가들이 함께 공조해 나가야 할 영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관련 대외 정책 공약에서 ‘중국발 미세먼지’를 “한-중 정상 외교의 핵심의제로 다루겠다”며 현재 장관급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중·일 미세먼지 협력을 정상급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황사 및 미세먼지의 월경 저감을 위한 동북아 6개국 환경협정 체결 추진’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다자간·양자간 정보공유 및 공동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제시된 동북아 6개국은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가리킨다.

2014년 측정된 전세계 대류권 이산화질소 분포도 | 제공=NASA

이에 대해 샤피로 교수는 이 6개국 외에 대만과 미국 역시 동북아 황사 및 미세먼지 월경 문제의 논의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샤피로 교수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 4개국 외 다른 국가들이 논의에 참여할 경우 문제는 훨씬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샤피로 교수는 “러시아와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참가할 경우 협의체가 환경과 관계 없는 이슈들에 이용되며 협의의 본 목적을 흐릴 수 있다”며 “1980년대 말 북방정책과 같은 전개가 펼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피로 교수는 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중·일 장관급 협의체에 북한이 포함될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샤피로 교수는 “정치적 긴장 상황과 각국의 민족주의가 발흥하는 가운데서도 한국, 중국, 일본이 매년 만난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며 “현재 이어지고 있는 협상 노력에 북한을 끌어들이는 것은 북한과 한-중-일 3국 간 벌어지고 있는 관계를 잇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샤피로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높아진 정치적 긴장 상태에서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샤피로 교수는 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중·일 협의체 역시 “각 국이 정부의 이해관계 내에서 협상에 임하기 때문에 미사일 실험과 사드배치 문제 등 안보 의제의 해결 없이 환경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 내 긴장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외교 협의체에 참가하게 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

북한을 외교협의체에 포함시킨다면 북한의 참여로 이 협의체가 추가적으로 어떤 실질적 이익을 얻게 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샤피로 교수가 제시하는, 북한 참여로 인해 동아시아 외교 협의체가 얻게 될 세 가지 이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에 대기오염 모니터링 시설들이 적절하게 갖춰지면 북한은 대기오염 물질 월경 문제를 추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는 요충지가 될 수 있다.

둘째, 월경한 대기 오염물질이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함으로써 미세먼지 월경 문제의 영향을 파악하는 보조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과 일본, 한국이 협력하여 중국이 대기오염 완화 정책을 수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샤피로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이웃국들과 협력하여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정말 놀라울 것”이라며 이를 위해 반드시 한-중-일과의 정식 외교채널을 통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샤피로 교수는 뉴욕 시라큐스대학이 평양 김책대학 연구자들과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북한 과학 협력 컨소시엄 체제 하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했던 사례를 들며 미국과 북한의 협력 외교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하여 한국과 북한에서 모두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각국의 각개전투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그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국들 간의 협력과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국, 미국, 중국, 북한의 대립,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등 정치·군사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외교협의체에 북한이 참여하게 될 날은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각 국내 민족주의와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한-중-일 장관급 협의체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참여가 당장은 어렵지만 동아시아 미세먼지 협의체가 향후 북한과의 유망한 외교 공조 영역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편집: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메인사진=황사 미세먼지 dust storm Micro dust by YunHo LEE, NK뉴스 편집본

대북 관련 소식을 매일 Daily Update를 통해 받아보세요

NK News의 Daily Update를 구독하시고 매일 아침 대북 관련 소식들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