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햇볕정책, 얼마나 현실적인가?

햇볕정책 완전한 부활은 힘들다는 전망

Andrei Lankov, 2017년 06월 07일

지난 5월 9일 한국 대선은 1980년대 이후 필자가 기억하는 한 가장 김빠진 선거였다. 긴장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은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견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선거 운동 중 임기동안 많이 부딪힐 북한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는 않았다.

국내 정치와 관련한 공약에서는 여·야 간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소득층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거나 법인세를 인상하여 복지 정책을 강화하고 큰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다른 후보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외 정책에 있어서는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은 정책 추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은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진보세력들에게 순교자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북 교류에 가장 앞장 선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을 추진하며 대북 무역, 투자, 교류 등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학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가장 낙관적인 부류는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완화돼 궁극적으로 두 정부가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실리파들은 통일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일부는 햇볕정책의 시행이 북한 내부적인 변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에게 햇볕정책 부활은 신조에 가깝다. 한국 보수세력(중도 우파를 칭하는 부정확한 표현)이 제재, 압력, 고립만이 유일한 대북 해결책이라고 굳게 믿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햇볕정책을 부활시키고 개성공단 등 여러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천명해왔다.

평양시 락랑구역에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사진=NK뉴스

 

햇볕 가리개

그러나 햇볕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 일부는 극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먼저, 남북 교류와 경제 협력 재개는 각종 대북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유엔 결의안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초반 햇볕정책이 처음 소개됐을 떄는 유엔 제재가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2006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경제제재를 포함하여 점점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이미 진행중이던 대북 협력 사업이 일정 정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유엔을 설득해 제재를 면제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특히 2016년 3월 유엔 결의안이 매우 강력해진 이후로 햇볕정책의 기조를 이루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엄격히 말해 국제법 위반사항이다. 물론 능력있는 변호사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볼 수는 있겠으나 쉽지 않을 것이다. 햇볕정책 지지자들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국제법 사각지대를 찾는 것이 매우 험난하며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인정한다.

두 번째 장애물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국내 반응이다. 과거 햇볕정책은 한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으로 운영되었고, 노무현 정부는 이 사실을 굳이 대놓고 공개하지 않았다. 회계처리에서 교묘하게 손실을 가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유권자들은 북한에 통 큰 지원을 하는 데 대해  15년 전보다 더 부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정책 때문에 당선된 것이 아니라, 전임자의 엄청난 직권 남용행위로 인해 촉발된, 대대적인 한국 사회 및 정치 개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업고 당선되었다. 대북 교류 정책이 문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게 중요한 과제일지 모르나, 국민 대다수는 북한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그런데 대중들의 이러한 태도는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 대북 교류는 중요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교류에는 경제적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유권자들은 이 사실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하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남북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

결국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가 가라앉고 대북지원금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 햇볕정책 2.0은 야당의 주요 공격 대상이자 문재인 행정부의 취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사진 = NK뉴스

트럼프 변수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가로막는 정말 큰 장애물은 부동산 재벌 출신의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지정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 강화를 강조하기 시작한 즈음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북한에 대해 충분히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자신이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비로소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다른 모든 국가들이 자신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이 대북 정책에 협력하는 한, 민감한 미-중 무역 사안에 대해서는 요구사항를 다소 완화하기도 했다. 북한과 연루된 기업이나 개인 등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해 2차 제재를 고려하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미국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대북 온건 노선으로 갈아타 북한을 지원한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변화를 한·미동맹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여기고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상당수의 미국 정치인들은 한국의 온건한 태도 또는 ‘배신 행위’가 그러한 낭패를 불러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 체계, 특히 한미동맹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과잉 반응하기로 유명하다. 선거 운동 당시부터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의 보호 아래서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절약한 돈으로 주요 수출시장에서 미국 제품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인 인식은 그가 한국에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한 데서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국의 제1 적국인 북한에 대하여 긴장감을 낮추는 상황을 미국이 그대로 내버려둘 리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경도되어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나 재협상 요구 등 관련 조치를 통해 상당히 강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싶어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를 ‘미국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이 발언은 반미감정이 뿌리깊은 진보진영이나 민족주의적 지지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국정 수행에 있어 문 대통령은 뚜렷한 실용주의자이지만,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밀리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맹렬한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지 누가 알겠는가?

그 결과 동맹국과 적대국들 간의 긴장감이 최근 수 십 년래 최고조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공약을 실행하기엔 너무나 큰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깨닫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한 일부 계획들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는 명백하고 진정성이 있지만 과연 대북정책안을 끝까지 실행에 옮겨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1년 정도 기다려 봐야 겠으나 현재로서는 햇볕정책의 전면적인 부활은 어려워 보인다.

 

번역: 김서연 seyeon.kim@nknews.org

편집: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 (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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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사진 = 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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